2022년에도 회고를 적어야 하는 날이 왔다. 사실 2022년에는 그다지 삶의 경로를 바꿀 수 있을만한 일이나 사건은 딱히 없었기 때문에 적을 것도 없다. 내 개인에 대한 성찰과 개발자라는 직업적 고찰은 21년도에 거의 다 해서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딱히 안 한 듯하다.
내게 있어서 2022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작문>이다. 20년 중반부터 쓰기 시작한 라라벨 책이 아직도 마감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꼭 마무리 짓고 싶었고, 얼추 마무리짓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종이책으로 나오지 못했으니 올해에 완전한 마무리를 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겨울이다. 올해 이루어 낸 것들을 정리해 보고, 작년에 하기로 했던 것들에서 어디까지 달성할 수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Github Stars 1200+
깃허브 스타가 작년에 이맘때 즈음에는 600+ 였고, 올 해는 딱 두 배정도 성장하여 1200+ 가 되었다. 내년에는 2000+ 가 목표이기는 하지만,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지분은 티스토리 스킨, hELLO 가 차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개선해야 할 몇 가지 부분들이 남아있어서 며칠 전부터 개선에 들어가고 있는 참이다. 티도리 프레임워크의 스타가 낮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아쉽다. 그 외에 티도리 프레임워크에 대한 리팩토링이 있었고, 또한 라라벨 서적과 강의에 들어갈 예제 코드가 의외로 스타를 받게 되어서 회고 리스트에 넣을 수 있었다.
현재 hELLO에 대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지만, 내부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나 기능이 바뀌게 될 예정이다. 이 또한 내년 상반기에 공개될 것이다. 오픈소스에 대한 계획은 아직까지는 딱히 없다. 만든다면 라라벨 생태계에서 쓸 수 있고, 내가 추후 만들게 될 서비스와 관련된 패키지를 제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역 (2020.09 ~ 2022.06)
올해 6월에는 전역을 했다. 작년 회고에서 이야기한 대로 사회복무요원이라 여러모로 시선이 따갑지만 전역을 했기도 하니까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코로나와 한참을 씨름하던 시기에 보건소에 투입(어째서...)되어 최전선 간호직 공무원과 함께 코로나와 맞서 싸웠다. 선별진료소의 방호복은 드물게 입었다만,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걸 매일 입는 간호사 분들이 존경스럽다. 작년에도 썼던 이 짤을 마지막으로 꺼내본다.
보건소에서 일하다 보니 구에 속해있는 동네 병원 정도는 지나가다가 대부분 알게 되는 수준까지 되었지만, 민원을 처리하다가 때때로 선별진료소 현장이나 다른 부서의 의료진에게 간혹 막말을 퍼붓는 사람(?)들을 보면 서비스 직은 역시 내게 맞는 옷이 아니라는 자기 성찰적인 감상과 함께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일전에 뉴스에서 간호직 공무원이 자살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는 내적 공감과 함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다가왔다. 직접 언급은 피하겠지만 사회의 특정 계층이나 직업, 나이에 대해 선입견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는 환경인 것이다. 없던 선입견도 생기게 만드는 곳, 그게 대면 민원이다.
라라벨 서적 (2020.06 ~ 2022.12)
군복무 전부터 시작했던 라라벨 서적은 사실 작년 회고에 의하면 전역과 함께 2022.06에 마감 짓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아무래도 퇴근 이후에 조금씩 쓰는 수준이었다 보니 책을 쓰는 도중 버전의 상승이나 더 나은 코드에 대한 가능성이 많이 발생해서 전역 이후에는 그것들을 수정하느라 더뎌진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책을 쓰기 시작한 당시에는 라라벨 8이었는데, 이제는 라라벨 9의 중후반에 진입했기 때문에 여러모로 고쳐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라라벨의 마이너버전은 일주일, 메이저버전은 1년마다 갱신된다. 현시점에서 라라벨 10 출시가 몇 달 밖에 안 남은 상황이므로 '만약' 2쇄를 찍을 수 있다면, 라라벨 10으로 업그레이드할지도 모른다. 개정판 아닌 개정판 출시가 되어버릴지도? 이를 생각해보면 IT 서적은 정말로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회고를 쓰기 며칠 전, 사실상 최종적인 작업을 마쳤다. 제목은 어썸 라라벨이고, 책 표지도 나왔다. 부제인 암호화폐가 어쩌니 하는 것은 초기 책을 쓰기 전에 생각해놓은 기획이었지만, 지금은 흔해빠진 게시판 구현으로 바뀌긴 했다.
라라벨 강의
책의 마감이 늦어지면서 라라벨 강의도 늦어졌다. 그러나 책의 완성도가 내가 원하는 수준 정도로 끌어올려진 만큼이나 강의의 품질도 좋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라라벨 강의를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양해의 말을 구하고 싶다. 하지만, 라라벨 책의 내용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해외는 모르겠지만, 국내에 출간된 그 어떠한 라라벨 책보다도 더 나은 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책 (2022.09 ~ 2022.10)
라라벨 집필 기간 도중에 출판사 편집기간이라는 공백기간이 생겨서 또 하나의 책을 썼었는데, 그 책은 이 블로그에 쓰인 칼럼을 묶고, 그 외에도 몇 가지 주제를 추가 한 책이다. 코드가 쓰인 기술서적이 아니기도 하고, 이미 쓴 주제들도 있었으므로 마감은 꽤나 순조롭게 처리했다. 출판사가 소규모다 보니 종이책 출간은 늦어질 것 같지만, 내년에는 적어도 내 이름으로 된 두 권의 책이 서점에 생길 것이라 생각된다.
결산
2021년 회고―, 성찰에 따라 올해 하기로 했던 일들을 얼마나 했는지 정리해 보자. 작년에는 직업적인 성찰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글이 길어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다. 방향성도 어느 정도는 정리가 끝났다고 본다. 전역 이후에 개발을 접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었지만, 이제는 개발을 접는다기보다는 개발을 도구 삼아 어떤 것을 만들어서 돈을 벌어볼지가 관심이 되었다. 직업 개발자로서의 개발은 사실상 접은 거나 다름없고, 도구로서의 개발은 꾸준히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코로나 이후에는 재택근무라는 상당히 매력적인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에 자유를 추구하는 내게 있어서 직업 개발자로서의 삶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조금이나마 남겨둘 예정이다.
라라벨 책 & 강의
라라벨과 관련된 서적과 강의 제작은 올해 '무조건' 하기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으니 실패다. 내년에는 정말로 실현하게 되겠지만 실패로 처리한다.
경제
투자에 관심이 있었어서 그에 대한 공부를 해볼까 했었지만, 슬프게도 올해 주식투자에서 꽤나 쓴 맛을 보기도 했고, 주식투자에 있어서는 벌써 두 번째 실패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두려움이 생긴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나는 투자에 대한 감각은 그다지 없는 것 같아서 만약 다시 한다고 쳐도 연습을 정말 많이 하고 해야 하는 듯싶다. 부자가 되려면 사업과 투자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실패'로 취급하지만, 여전히 해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컴퓨터 과학
실용주의자인 내게 있어서 이론에 불과한 컴퓨터 과학의 목적은 빠져들게 만드는 학문적 대상이 아니라 그저 '취업' 말고는 없었는데, 지금 직업 개발자로서의 삶을 어느 정도는 버리기로 한 이상 해야 할 의미가 크게 상실되었기 때문에 필요성이 떨어졌다. 컴퓨터 과학을 복습할 시간에 책과 강의를 만들거나, 나만의 서비스를 구상하고 상상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올해도 안 했지만 내년에도 진행하지 않는다. 난 엔지니어가 아니니까.
진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진로 선택이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성과가 있었다. 먼저,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올해는 작년에 잠깐 했었던 블록체인과 무난하게 하던 웹 개발 중에 선택해야 했는데, 결론적으로 웹 개발을 선택했다. 다만 취업보다는 사업적 목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일단 웹에 대한 책을 쓰고 있어서 더 가까워진 것도 있지만, TALL(TailwindCSS, AlpineJS, Livewire, Laravel)이라는 내게 딱 맞는 스택을 익혔으므로 웹 개발 내부에서도 다른 응용 기술은 배우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국내에선 상당한 비주류 스택이지만, 서비스를 만드는 것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기술은 내가 생각하고 설계한 것을 만드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추후 익히면 좋을 도구들이 있다면 아키텍처와 인프라가 되겠지만, 급하지 않기 때문에 천천히 나아갈 생각이다. '성장 강박'은 이제 사라졌다. 기술을 익히고 나아가는 성장에 성취감은 있지만, 성장을 해야만 한다는 강박증은 사라짐으로써 개발을 보다 동심에 가까운 정도로 즐겁게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지식을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익히는, 그런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이제 하지 않는다. 시간이 생기면 게임 개발과 같은 흥미 위주의 개발을 취미로서 해보게 될 수도 있다.
장벽이 사라지다
이미 작년에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흥미 있는 것에 대한 성찰은 끝났고, 올해에는 군복무라는 장벽도 사라졌으므로 내년부터는 인생의 전반적인 목표인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개발 외적인 관심사와 가까운 서비스(글/출판, 또는 교육/상담 계열?)을 개발하고 구현을 위한 도구로는 TALL을 사용할 것이라는 방향성이 생겼다. 사업의 경우에는 내가 가진 능력의 특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열정적인 스타트업 창업자들처럼 하기보다는 마케팅을 공부하면서 그저 작은 서비스를 만들 것 같다. 사실 취업이 아니라 책과 강의를 만들기로 한 시점부터 난 이미 내 브랜딩과 작은 사업을 시작한 것 일지도 모른다. 우선은 서비스보다 올해 마무리했어야 하는 책과 강의 제작이 먼저다 보니 내년 상반기는 라라벨 강의 제작에 열을 올릴 것 같다. 여유가 된다면 심화에 해당하는 라라벨 책과 강의를 하나씩 더 만들고 싶다.
취미로는 게임 개발이나 소설 쓰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 소설에 대해서는 과거에 한 번 SF 웹소설을 연재한 적이 있는데, 독자들의 평에 따르면, 웹소설이지만 장르문학을 연상케 한다는 문학으로서의 나름대로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지만, 그 당시 군복무를 하기 전이기도 하고 진로에 대한 갈등이 있었던 때라서 여러모로 불안에 사로잡혀 중간에 연재를 중단하였다. 내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들이 사라진 지금이야 말로 다시금 시도할 수 있는 순간이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로 써서 세상과 마주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내가 과거에 생각했던, '내가 개발을 하는 이유'라든가, '내가 그리는 세계'와 같이 직업적인 고민들은 단순하게 귀결되었다. 이제와서는 전자는 그저 '재미'와 '돈'이 되었다. 적어도 내 개발은 재미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다. 내가 그리는 세계나 목적의식은 아직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사업적으로 다가가보면 명확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깊게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아파질 뿐이다.